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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임용후기

법관임용후기 상세내용
제목 법관임용 후기(2023년도 일반법조경력자, 유지윤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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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 지 윤 -   

 

 

1. 들어가며

 

저는 송무 변호사로 2, 공공기관 소속 변호사로 4년을 근무한 뒤 법원에 지원하였습니다. 송무 경력이 길지 않고, 마지막 4년은 조세사건만 다루었기 때문에 준비하기 전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경력보다도 현실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세살 아이 엄마로서 육아와 회사일과 시험 준비를 병행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이가 있는 분들은 시험 준비도 물론이거니와 지원 자체를 결심하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준비 과정에서 저와 같은 상황에 있는 분들이 어떠한 고민 끝에 지원했고, 어떻게 준비했는지 늘 궁금했기에 다소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제 글이 조금이라도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후기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2. 지원 동기

 

대다수 지원자 분들이 그러하겠지만, 저 역시 5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거치며 형성된 나름의 안정된 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임관 후 변화하게 될 업무강도, 업무형태, 급여, 근무지 등 여러 가지에 대해서도 미리 고민하게 됩니다. 물론 신중히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이 맞겠지만 저는 깊이, 오래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지원의사가 확실하다면 그 외의 것은 대다수가 닥쳐봐야 알 수 있는 일이고, 예상치 못한 변수도 많기 때문에 고민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원동기에 대해서는 서류평가 때 자기소개서에 작성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면접 때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질문을 받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지원동기에 대한 질문이 요식행위가 아니고, 실제로 지원자가 법관직에 대해 어떠한 동기와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는 의미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신만의 진실성 있는 답변을 준비하시면 좋겠습니다.

 

3. 준비과정

 

. 개관(준비 시점/휴직 여부/공부 시간/스터디 여부/)

 

세부적인 절차에 대해 말씀드리기에 앞서 많은 분들께서 대체로 궁금해하실만한 점에 대해 먼저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준비 시점

 

저는 1월 지원서 접수하는 시점부터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임용절차가 1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되는데 제 성격이나 체력을 고려하면 짧은 기간 동안 집중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시작시기는 평소 공부습관이나 업무형태에 따라 결정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2) 휴직 여부

 

저는 회사 사정상 휴직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평소에도 육아와 회사일 만으로도 바빴기 때문에 절대적인 공부시간이 너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지레 겁을 많이 먹었는데, 휴직이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합격 후 연수원에 들어와 보니 생각 외로 휴직을 하거나 근무하면서도 회사와 협의를 통하여 일의 양을 줄여서 공부시간을 확보한 분들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휴직하신 분들과 그렇지 않은 분들 모두 애로사항은 있겠지만, 휴직을 하지 않으면 몸은 좀 더 힘들지 몰라도 심적으로는 좀 더 안정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3) 공부시간

 

회사에도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았고, 다른 가족들에게 육아부담을 전가하고 싶지도 않았고, 아이에게도 미안했기 때문에 결국 고민 끝에 확보한 공부시간은 새벽시간이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밤 9시경 잠들고 새벽 4시쯤 일어나 출근 전까지 공부했습니다. 아이가 새벽에 뒤척이고 깨는 일이 많아서 매일 가능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어쨌든 일찍 잠들고 일찍 일어나니 좋은 점이 많았습니다. 퇴근 후에 피곤한 상태로 공부하는 게 아니라 일어나자마자 맑은 머리로 공부할 수 있었고, 밤에 쓸데없는 생각에 잠길 틈이 없이 잠이 들었습니다. 주말에는 남편이나 부모님께 잠깐씩 육아를 부탁하고 대신 2~3시간씩이라도 온전히 집중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지만 원하는 만큼 공부시간을 확보하지 못해 불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심적으로는 힘드시겠지만 공부시간이 절대적인 당락의 기준이 되는 시험은 아니니, 여건이 되는 한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마인드컨트롤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4) 스터디 여부

 

법원에 들어와 동기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준비를 위해 기록스터디, 면접스터디, 기출스터디 등 다양한 스터디를 한 것 같습니다. 저는 같이 준비하는 친구와 함께 기출문제를 반절로 나누어서 각자 시간이 될 때 자신이 맡은 연도의 기출을 풀고 나름의 모범답안을 작성해서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는 스터디를 하였습니다. 출제자가 의도한 법리라든지 관련 판례를 알고 넘어가야 하는데 그걸 찾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 고안한 방법이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기출문제를 풀려 하면 문제 파악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답안을 작성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과연 시험 볼 때 시간 내 제대로 뭔가를 할 수 있을까 걱정됩니다. 대부분 비슷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공부를 하다 보면 조금 나아지기도 하고 또 막상 시험시간에는 긴장을 해서 그런지 좀 더 빨리빨리 풀게 되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5)

 

책은 민사의 경우 요건사실론 기본서를 위주로, 민사집행법 교과서와 시중에 나온 민사재판실무 관련도서, 그리고 최신판례집을 보았습니다. 형사는 형법, 형사소송법, 형사특별법 교과서와 함께 최신판례집을 보았습니다. 당연히 다 꼼꼼히 보지는 못했습니다. 민사 요건사실론 기본서는 그래도 꼼꼼히 보려고 노력했지만 그 외의 책은 변시 사시 기출이나 중요 판례 위주로 살펴보았고, 특히 최신판례집은 양이 너무 방대해서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들 위주로만 태그를 붙여놓았습니다. 저는 공부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만큼 기본서에 태그를 열심히 붙였습니다. 민법총칙, 물권법, 채권총칙, 채권각칙등으로 표시한 것은 물론이고 주제별로도 열심히 표시해서 시험장에서 관련 주제가 나왔을 때 바로 해당 페이지를 펼칠 수 있도록 준비했고,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 법률서면 작성평가, 서류평가, 실무능력평가 면접, 최종면접

 

1) 법률서면 작성평가

 

법률서면 작성평가는 민사나 형사 중 하나를 선택해서 시험을 치르게 되는데, 주로 종전 경력에 따라 익숙한 과목을 고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후에 실무면접을 준비할 때도 민사 공부량이 많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서면작성평가에서도 민사를 선택했습니다. 사실 3월에 법률서면 작성평가를 치르고 나면 서류평가 준비를 해야 하고, 5월 말에 면접이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공부할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법률서면 작성평가 시험 당일에는 주어진 시간동안 실제 기록을 검토하고 답안을 검토보고서 형식으로 작성한 뒤, 차례대로 답안을 프린터로 출력하여 출력물과 usb를 모두 제출하게 됩니다. 민사재판실무나 형사재판실무 시험과 유사한 면이 있지만 다른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시간이 아주 많이 부족하고, 만들어진 기록이 아닌 실기록이며, 책과 판결문검색시스템을 참고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민사재판실무, 형사재판실무 시험과 같이 A3 용지에 자를 사용하여 기록에 대한 메모를 꼼꼼히 작성하는 것은 이 시험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록을 최대한 빨리 읽어나가면서 원고와 피고 서면에 색깔을 나누어 포스트잇을 붙이고, 필요한 내용은 그때 그때 답안에 적어두었습니다.

 

2) 서류평가

 

많은 분들이 강조하시다시피 서류평가는 제출해야 할 서류의 양과 종류가 방대합니다. 최소 2주 전부터 준비를 시작하셔야 합니다. 혹시 공공기관이나 국가기관에서 근무하셨던 분들이라면, 변호사협회 홈페이지에서 공익활동 요건을 꼼꼼히 확인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생각보다 공익활동의 범위와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그간 하셨던 업무 중에 공익활동 시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업무가 많을 수 있습니다. 저는 무보수나 실비 정도만 지급받고 했던 강의들이나 심의활동을 공익활동으로 인정받았고, 이런 내용을 자기소개서에 기재하였습니다. 그리고 소소한 부분이지만, 대법원에 서류를 제출하러 갈 때 입구에서 신분증을 맡겨둬야 하므로 신분증 지참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3) 실무능력평가 면접

 

실무능력평가 면접은 첫째 날 민사, 둘째 날 형사, 셋째 날 인성면접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민사면접과 형사면접을 보는 날 2일에 걸쳐 인성 필기시험도 보는데, 객관식과 주관식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인성필기를 먼저 보고 민사형사 면접을 보는 사람들도 있고, 민사형사 면접부터 보고 인성필기를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 순서는 당일에 면접장에 가봐야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민사를 첫째 날 오전에 보고 둘째 날 오후에 형사를 보는 사람이 있고, 민사를 첫째 날 오후에 보고 둘째 날 오전에 형사를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민사를 첫째 날 거의 끝 시간에 보고 둘째 날 오전에 형사를 치러서 시험 전날 형사를 공부할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3일 내내 빡빡한 일정이 계속되므로 체력관리에 유의하셔야 하고, 미리 시험장 근처에 방을 잡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3일 내내 왕복 3~4시간씩 집에 다녀왔는데 마지막 인성면접일에는 심한 몸살에 걸려서 겨우 시험을 칠 수 있었습니다.

면접과 관련하여 동기들에게 들은 이야기들 중 몇 가지 도움 될 만한 내용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문제를 배부하고 검토할 때 “00분부터 시작이라고 공지하기는 하나, 시험 고사장에 따라 지금 시작하시면 됩니다라는 이야기를 따로 공지하지 않아서 시험이 시작하고도 5분 넘게 문제를 펼치지 않고 기다렸다는 동기들이 꽤 있었습니다. 1, 2분이 중요한 시험이므로 시험시간이 되었다 싶으면 감독관에게 확인하는 등 시간 관리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드문 경우이지만 컴퓨터가 다운되어서 답안을 계속 저장해야 했다는 동기도 있었으니, 중간에 한 번씩 저장버튼을 누르시기 바랍니다. 시험장이 좀 부산스러워서 귀마개를 챙긴 것이 도움이 되었다는 동기도 있었습니다.

면접 내용에 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면접장에 들어가면 우선 자신이 작성한 논거와 결론을 발표하고, 면접관의 추가질문에 대답하게 됩니다. 추가질문이 10개 내외는 되는 것 같은데, 민사에서는 시효중단으로서의 채무승인인지, 시효이익 포기인지 여부를 묻는 질문과, 변제충당의 순서와 관련한 질문, 아울러 송달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변형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형사에서는 증거능력과 관련한 최신 판례가 시험문제로 나왔는데, 사실관계를 두차례 정도 변형하여 이런 경우라면 증거능력이 있을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답해야 했습니다. 공부를 할 때 증거능력과 관련한 최신판례들의 결론 뿐 아니라 이유에 대해 공부하고 나름대로 판례의 기준을 정리해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검토시간이 짧지만 저는 그 와중에 가져간 책을 많이 참고하였고, 참고하면서 이런 기본 법리는 추가질문을 받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였는데 실제 면접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울러 면접 때 받는 추가 질문 중, 내가 대답한 것이 맞지만 얼마나 확신을 가지고 답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받는 질문이 있고 대답한 내용이 틀려서 기회를 주고자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정신없는 와중이지만 매우 중요한 부분이니 당일 면접관의 의도가 과연 무엇인지 잘 생각하셔서 답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4) 최종면접

 

실무능력평가 세 번째 날에 치르는 인성면접과 최종면접은 유사한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조세 부분에 그간 전문성을 쌓아왔는데, 임관 후에는 주로 민사형사 재판을 하게 되어 전문성을 지킬 수 없어도 괜찮은지여부에 대해 가장 많이 질문을 받았고, 지원동기와 그간 작성한 소논문들의 작성경위, 여가시간엔 무얼 하고 지내는지와 관련한 질문도 두 차례 이상 받았습니다. 실무에서 합의부 배석판사로서 합의를 한다고 가정할 때 주심사건이 아닌 사건에서 부장님과 주심판사의 의견이 다르면 나는 어떤 의견을 낼 것인가 여부에 대해서도 질문 받았는데, 이 부분은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이라 제대로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4. 결론

 

합격후기를 쓴다고 하니 주위 동기 분들이 이런 부분도 들어가면 좋겠다고 많은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저 역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쓰다 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직장인으로서, 혹은 한 가정의 어머니이자 아버지로서 처해 있는 현실적인 상황이 모두 다름에도 새로운 길에 도전하시는 분들 모두 대단하시다고 생각하고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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