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 선 미 - 

1. 들어가며

 

저는 2015년 검사로 임관하여 검사 생활을 하다가 올해 법관으로 임용되었습니다. 저는 막연하게 법관임용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나 용기를 내지 못하다 출산 이후 법관임용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민사 분야를 접하지 않아 민사 면접에 대한 걱정과 아이가 어려 육아에 대한 부담도 있는 상태에서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지만 이전에 임관한 다른 판사님들의 조언 덕분에 부담감을 떨쳐내고 법관임용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작성한 글이 법관임용 준비를 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 준비과정 및 실후기

 

가. 법률서면작성평가

 

1) 평가 형태

법률서면작성평가는 응시자가 민사·형사 중 한 분야를 선택하여 응시할 수 있고 주어진 기록을 검토하고 검토보고서 형태로 결과물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기존 법률서면작성평가 작성시간을 5시간으로 알고 있었으나 올해 작성시간은 4시간 30분이 주어졌습니다. 매해 기록의 난이도에 따라 검토시간에 변동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픈북 형태이기 때문에 가져간 책, 자료를 참고할 수 있고 컴퓨터에 설치된 법고을로 판례 검색도 가능합니다.

 

2) 준비과정

저는 법률서면작성평가 중 형사 분야를 응시하였습니다. 법률서면작성평가를 준비하면서 사법연수원 교재 중 형사증거법 및 사실인정론을 일독하였고, 사법연수원 모의기록을 통해 검토보고서를 작성해 보는 연습을 하였습니다.

 

3) 2023년도 법률서면작성평가 후기

저는 주어진 시간인 4시간 30분 중 2시간은 기록을 읽고 목차를 잡았으며 나머지 시간은 검토보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올해 시험에서는 차용금 사기 사건과 공갈 사건 실기록 2권을 검토하는 것이었는데 사실인정과 전문증거, 녹취록의 증거능력 등이 쟁점화 되었습니다.

실무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빠른 시간 내 기록을 검토하기 위해 공소장, 공판조서 및 변론요지서, 증인신문조서, 증거기록 순으로 기록검토를 하면서 사실인정에 관한 문제인지, 증거능력에 관한 문제인지 쟁점을 파악해 나갔습니다. 공판조서나 증인신문조서에 재판장의 심증이 드러나는 부분들이 있어 유의 깊게 보았고, 소송 진행 과정에서 공소장 변경 또는 기존 주장 철회 여부 등을 확인하였습니다.

오픈북 형태의 시험임에도 불구하고 검토 시간이 빠듯하여 책을 찾아보지는 못하였고 법고을은 검토보고서에 인용할 기본적인 판례를 검색하는 정도로 활용하였습니다.

실제 시험을 본 뒤에 든 생각은 적어도 형사 분야에서는 법률서면작성평가의 목적이 정해진 결론을 맞추는 것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어떤 결론을 취하든 결론에 이르는 논리전개 방식을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법연수원 모의기록은 쟁점이 너무 많고 함정을 파 놓은 부분도 있어 모의기록 풀이를 연습하는 것보다 검토보고서 작성과 친해지는 정도로만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형사 실무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실무 경험 토대로 사실인정 하시되 증거법 부분만 잘 숙지하시면 무리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나. 임용지원서 작성

 

임용지원서 작성시 작성해야 될 서류가 많아 가능하다면 법률서면작성평가 전에 전년도 임용지원서 양식을 참고하여 미리 필요한 자료들을 정리하고 초안정도는 작성하실 것을 추천 드립니다. 저는 법률서면작성평가 이후 임용지원서 작성을 준비하였는데 작성하는 데 2주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임용지원서는 인터넷 접수가 가능한 법률서면작성평가 응시와 달리 직접 대법원에 가서 제출을 해야 하는데 지방에 계신 분들은 그런 점도 고려하셔서 미리 준비해 두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본인 수행 주요 사건 10건에는 증빙 서류까지 첨부해야하므로 서류도 미리 준비해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임용지원서가 추후 인성역량평가 면접과 최종면접에도 활용되므로 면접까지 생각하면서 충실하게 내용을 작성해야 합니다.

 

 

 

다. 실무능력평가면접(민·형사)

 

1) 평가 형태

민·형사 동일하게 70분의 문제 풀이 시간이 주어지고 법률서면작성평가와 동일하게 오픈북 형태에 법고을 검색이 가능합니다. 문제 풀이 시간 내에 작성한 답안을 가지고 면접장으로 들어가 기본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면접위원님들의 추가 질의에 대하여 답변하는 방식입니다.

 

2) 준비과정

저는 오랫동안 민사 공부를 하지 않아 민사 실무능력평가 면접에 대한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법률서면작성평가 이후 실무면접 준비는 민사 위주로 하였습니다. 제가 이전에 공부할 때 본 민사 교과서는 최신판례에 대한 내용이 부족할 것 같아 로스쿨 학생들이 많이 보는 민사 기본서를 일독하였고 민사 최신판례 위주로 공부하였습니다. 전년도 민사 실무능력평가에 보전소송, 민사집행법과 관련된 내용도 출제가 되어 보전소송, 민사집행법 사법연수원 교재도 일독하였습니다.

형사는 사법연수원 교재 중 전문증거와 관련된 부분만 발췌독 하였고, 디지털 증거의 증거능력과 관련된 최신판례 위주로 공부하였습니다.

그리고 민·형사 모두 최근 3개년 기출문제를 정해진 시간에 맞춰 풀어보고 대략적으로 대답해보는 연습도 해보았습니다. 실무면접 준비를 하면서 스터디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저는 지방에서 혼자 준비를 하다보니 스터디를 하지는 못하였습니다. 혼자 공부하면서 어려웠던 점 중에 하나는 기출문제를 풀어본 뒤 내가 작성한 답안이 맞는지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주변에 같이 법관임용을 준비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기출문제 풀이 연습을 같이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전에 법관으로 임용된 분 중 실무면접 시험장에서 법고을 검색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집에서 법고을 프로그램을 설치해 키워드 검색 연습을 해보았습니다. 저는 시험장에서 문제의 결론을 담고 있는 판례를 찾기보다 면접 때 활용할 기본적인 판례를 찾는 정도로 활용을 하였습니다.

 

3) 2023년도 실무능력평가(민·형사) 면접 후기

민사 실무면접에서 본소, 반소에 대한 주문을 내야 했고 본소는 어느 정도 흐름에 맞게 대답을 한 것 같았으나 반소 부분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전제사실에 대한 판단을 잘못하여 정반대의 결론으로 대답하였습니다. 면접위원님이 위 전제사실에 대한 판단을 내린 논거에 대하여 질문하셨는데 그 과정에서 제가 잘못 판단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답변을 다시 수정하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잘못 대답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기도 하였으나, 면접위원님의 추가 질의가 정답을 스스로 깨닫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최대한 알고 있는 법리에 맞추어 정답을 찾아가려 노력했습니다. 이후 면접위원님이 추가 사실관계를 주고 여러 가지 추가 질의를 하였고 결론을 정확히 알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논리적으로 대답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저는 면접장에서 나와서 추가질의에 대한 대답을 잘못하였다는 것을 깨닫고 자책하기도 했는데, 질문에 대한 답이 틀렸다고 하여 불합격하는 것이 아니니 자신감 있게 본인의 논리대로 대답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형사 실무면접은 실사례를 기초로 사실인정, 증거법과 관련된 쟁점을 축약해 놓은 형태로 여러 죄명에 대한 유·무죄 판단 및 그에 대한 근거를 설시하는 형태였습니다.

형사 실무면접은 기존 판례를 기초로 사실관계를 일부 변형하여 출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출제된 문제 중 기존 판례의 사실관계를 일부 변형하여 기존 판례와 기수/미수에 대한 결론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최신판례 공부를 하실 때 결론을 외우는 방식은 추천하지 않으며 판례의 사실관계까지 확인하고 어떤 논리에 의하여 결론이 도출되었는가를 공부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라. 법조경력·인성역량평가 면접

 

시험 방식은 법관윤리에 관한 문제를 5분간 검토한 뒤 면접장에 들어가고 면접장에서 주어지는 추가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질의에 대한 답변을 하게 됩니다. 법관윤리에 관한 부분을 어떻게 준비할지 난감하여 법관윤리강령을 일독하였고, 문제 검토시 법관윤리강령을 근거로 활용하였습니다. 나머지 인성역량평가는 임용지원서의 내용 중 구체적 경험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질의를 받았습니다. 인성역량평가 안내사항에 임용지원서 중 구체적 경험, 자기소개서 PartⅡ 내용을 숙지하고 면접에 임하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위 내용은 여러 차례 읽고 들어갔고 실제 경험한 사건에 대한 내용이라 비교적 편하게 답변할 수 있었습니다.

 

 

 

마. 최종면접

 

저는 검사 생활을 하다 법원에 지원하게 된 계기, 당시 논의되고 있던 압수수색영장 사전 심문제도에 대한 의견, 일과 가정의 양립에 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최종면접은 개인마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질문을 받는 것 같고, 최종면접은 본인의 평소 생각에 대하여 말씀 드리면 될 것 같습니다.

 

 

 

바. 기타 준비사항

 

임용에 대한 모든 안내가 이메일로 오는데 법관임용을 위한 이메일 계정을 새로 만들어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해 알림 설정을 하라는 연수원 동기의 조언을 받아 새 이메일 계정을 개설하고 알림 설정 해두어 이메일 수신 누락을 방지 할 수 있어 편리했습니다. 저는 지방에 거주하고 있어 매 시험 일정에 맞춰 호텔, 교통편 예약을 미리 해두었습니다. 모든 시험일정이 주말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에 거주하는 분들은 일정이 확인 되는대로 미리 교통편과 숙소 예약을 해두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3. 마치며

 

저는 최종결과를 기다리면서 임용여부와 무관하게 제 스스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랫동안 형사 업무만 하다 보니 민사 쟁점이 나오면 지레 겁을 먹기도 하였고 사법연수생 시절에는 판례의 결론을 외우기에 급급하여 대법원 판례의 결론에 이르는 논리전개 과정을 음미해 보지도 못했으나 법관임용을 준비하면서 법률가로서 생각하는 연습을 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각자 다른 영역에서 실무경험을 하시다 큰 용기를 내서 법관임용을 준비하고 있으실 텐데 법관임용의 결과에 집중하기보다 법관임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법률가로 성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시면 조금은 더 편한 마음으로, 충실한 준비를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제가 법관임용에 지원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사법연수원 동기 법관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