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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임용후기

법관임용후기 상세내용
제목 법관임용 후기(2017년도 일반 법조경력자, 전희숙 판사)
첨부파일
 

전희숙 판사

 

 

1. 시작하며

 

저는 2017. 12. 1. 법관으로 임용되어 석달째 사법연수원에서 신임법관 연수를 받고 있습니다. 2018년 무술년은 1월에 이어 2월에도 매서운 한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법관임용절차에서 모범적으로 충실히 준비하지도 못했고 부족한 점도 많은 제가 이렇게 법관임용후기를 작성하게 되어 민망하지만, 법관임용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길고도 짧았던 2017년 반년의 시간을 다시 돌아보았습니다.

 

2. 법관 지원동기

 

사실 2017년에 갑자기 법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아니었고, 법과대학 및 법학전문대학원 재학 시부터 막연히 법관을 희망하였습니다. 법관이 국민의 기본권 보호(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보호, 권리 구제)와 사회적 분쟁 해결을 통해 정의를 구현하는 매우 가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재학중 장학금을 받는 등 여러 도움의 손길을 거쳐 법조인이 된 만큼, 조금이라도 더 공익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법조의 다른 직역보다 본인의 적성, 성격, 업무스타일에도 잘 어울리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다만 법조일원화가 이루어짐에 따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면서 바로 법관에 지원할 수는 없었고, 개인적인 상황과 적성을 고려하여 법무법인에서 법조인으로서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변호사로서 송무 경험과 건설분야의 전문성을 쌓으면서, 변호사로서의 생활에 만족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었기에 5년간 주저함 없이 달려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4월경 앞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하였고, 용기를 내어 오랜 법관의 꿈에 도전해 보기로 결심하였습니다.

 

3. 법관임용절차 준비과정

 

대법원 법관임용 홈페이지에는 법관임용절차의 시작부터 전 과정에 걸쳐 각 전형의 구체적인 평가방식, 평가항목, 기출문제 등이 상세히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법관임용절차 진행에 따라 대법원 법관임용 홈페이지를 수시로 확인하여 그에 맞추어 필요한 부분을 준비해 나갔습니다. 이하에서는 법관임용절차를 직접 경험하면서 느낀 점을 주요절차 위주로 간략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가. 지원서류 제출

자기소개서Ⅰ은 개인 인적사항에 관한 내용 위주여서 저라는 사람을 진실되게 담아낼 수 있도록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자기소개서Ⅱ는 법조경력에 관한 내용 위주여서 저의 법조경력(전문분야 등)에 관한 정보를 최대한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상세히 기재하였습니다. 또한 자기소개서 중 직접 작성하였던 법률서면을 선정하고 설명을 기재하는 부분도 법률가로서의 역량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생각되어 충분히 시간을 들여 준비하였습니다.

업무를 하면서 틈틈이 자기소개서를 계속 수정하고, 관련 자료를 준비하느라 제출기한의 마지막 날에야 부랴부랴 지원서류를 제출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혹시 누락되거나 잘못 기재한 서류가 있을 수도 있으니, 늦어도 마지막 날 오전에는 제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나. 민사‧형사 법률서면 작성 평가

쟁점파악 능력, 사실인정 능력, 논증 능력, 법률문장 작성능력 등 지원자의 기본적인 법률소양과 법적 사고력을 평가함” - 법관임용 홈페이지 中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은 기본적이고 중요한 법률쟁점 위주로 출제되고, 실제 사건기록을 보고 검토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어서 양 당사자의 서면에 쟁점이 드러나기 때문에 쟁점파악이 어렵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자주 접해보지 못한 세부쟁점들도 있으나, 기본서 등 교재를 지참하여 관련 부분을 확인해 볼 수 있으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평가에서는 복잡한 사실관계 하에서 대립되는 여러 증거들로부터 어떠한 사실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즉 사실인정 능력과 논증 능력이 보다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A명의의 X토지가 실제 A소유인지, 아니면 B가 A에게 명의신탁한 것인지에 관하여 변론에서 현출된 서로 대립되는 여러 증거를 기초로 판단하거나, 사기죄의 성부가 문제되는 사안에서 A에게 기망행위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관련법리에 비추어 판단하는 것입니다. 명확하게 어느 한쪽으로 결론이 내려지는 문제보다는 양쪽 견해 모두 근거가 있는 애매한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결론 그 자체보다는 그러한 결론에 이르게 된 과정, 즉 논증과정을 설득력있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법률서면 작성 평가에 있어서는 전문분야가 무엇인지나 사전 준비기간의 길고 짧음이 특별히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여러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다만 제한된 시간동안 신속하게 기록을 검토하면서 여러 주장과 증거들을 정리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기록을 보면서 간단히 메모를 하고 기록을 검토하는 시간과 검토보고서를 작성하는 시간을 적절히 안배하는 데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사실인정 능력 및 논증 능력을 평가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결론에 부합하는 증거들만 기재하는 것보다는 반대되는 증거들에 대한 반박, 논증도 포함하면 더 바람직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 실무능력평가 면접

“쟁점파악 능력, 문제해결 능력 등 기본적인 법률지식과 법적 사고력, 표현력과 의사소통 능력 등을 중심으로 실체법과 절차법 전반에 걸쳐 지원자의 실무능력을 평가함” - 법관임용 홈페이지 中

실무능력평가는 실체법과 절차법 전반에 걸쳐 깊이 있는 법률지식 및 실무능력을 평가하므로 이에 대한 별도의 대비가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주로 담당하던 특정한 전문분야 위주로 실무경험을 쌓게 되는 경우가 많고, 민‧형사 전반의 다양한 소송을 수행해 보았다고 하더라도 미처 다루어보지 못한 분야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주위에서 실무능력평가 면접 준비 때문에 휴직 여부를 고민했던 분들도 꽤 많았습니다. 휴직하는 경우 아무래도 시간활용 면에서 이점이 있는 반면 이직준비를 회사에 알려야 해서 향후 거취가 불안정해질 수 있으므로 고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형사 분야의 업무 경험이 거의 없는 점이 걱정되어 휴직을 선택하였습니다. 이후 신임법관 연수를 받으면서 보니 휴직을 하지 않고 준비하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휴직을 한 경우에는 시험 1~2달 전에 집중적으로 준비를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준비를 더 일찍 시작하여 주말에 틈틈이 준비하고 직전에는 휴가 등을 활용하여 준비하였다고 합니다.

면접에서는 먼저 사례를 45~50분간 풀고, 이후 20~30분간 세분의 면접관 앞에서 검토결과를 5분간 발표하였습니다. 이후 해당 사례에 대한 면접관들의 추가 질문에 답하고, 해당 사례와 무관한 민사법 또는 형사법 전반에 대한 추가 질문이 이어지는 방식이었습니다. 민사법, 형사법의 중요한 법리 및 최근 대법원판결의 내용을 숙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법원판결 등은 단순히 그 결과만이 아니라 판결이유나 근거까지 묻는 깊이 있는 질문이 이어집니다.

참고로 저는 연수원 기록과 교재, 최신 판례집 위주로 보고, 시간제약상 민‧형사 기본서 중 중요쟁점을 발췌독하였으나, 시간이 부족하여 절차법 기본서를 제대로 보지 못하였습니다. 특히 형사소송법 대비가 부족하여 그 부분에 대한 질문에 대해 자신감 있게 답변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한편 사례 풀이시간에 검토결과 메모를 충실히 한 것이 검토결과 발표나 사례 관련 후속 질문에 대한 답변에 매우 도움이 되었습니다.

 

라. 최종면접

“법관으로서의 자세, 전문지식과 법적 사고력,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예의·품행 및 성실성, 창의력·결단력 및 합리적 판단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함” - 법관임용 홈페이지 中

사실 최종면접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최종면접을 준비하면서 내가 과연 왜 법관이 되고자 하는지, 어떤 법관이 되고 싶은지 충분히 고민해 보면 자연스럽게 면접 준비와 동시에 자신을 위해서도 뜻깊은 시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훌륭한 법관들의 전기, 법관들의 저서 등을 읽어보면서 바람직한 법관상에 대해 고민해 보고, 최근의 언론보도 등을 통해 현재 법원이 당면한 문제, 사법제도나 사법개혁 등 여러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자기소개서 내용도 숙지하면서, 본인의 장점이나 단점, 지원동기나 본인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 등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면접 직전 며칠 동안은 여러 예상 질문에 대해 답변을 작성해 보고, 혼자 구두로 연습해 보았습니다.

최종면접에서는 법관 지원 동기, 변호사로서 수행한 업무 및 힘들었던 점, 사법개혁이나 사법제도 관련 내용, 기타 개인적인 질문 등 다양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전문지식과 법적 사고력을 묻는 구체적인 질문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분야의 질문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기는 어려운 것이 당연합니다. 생소한 분야에 대한 질문이 나오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조리있게 답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0~30분의 시간이 생각보다 꽤 길어 많은 질문과 답변이 오고갑니다. 긴장하지 않고 차분히 진솔하게 이야기한다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4. 마치며

간략한 후기를 적으면서 작년 여름에 도서관과 집에서 시험 준비를 하던 때가 떠오릅니다. 5년 반 만에 학생으로 돌아가 공부를 한다는 것이 어색하기도 했고, 여러 걱정과 위험을 안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이 두렵기도 했습니다.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법조인이 되기 위해 준비하였고, 법조인으로서 5년 이상 지내왔음에도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반성도 하였습니다. 반면 꿈을 위해 도전하는 시간이 즐겁기도 하고 벅찬 감정이 밀려오기도 하였습니다.

시험이나 면접 당일에는 역시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민사‧형사 법률서면 작성 평가 이후에는 해당 시간 동안 좀 더 집중적으로, 효율적으로 답안을 작성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무능력평가 이후에는 절차법 관련 준비가 부족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최종면접을 마치고 나오면서는 몇 달 간의 긴 여정이 끝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너무 긴장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작년 한해는 제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법관 지원을 결정하기까지 여러 모로 고민이 많았으나 용기를 가지고 결단을 내렸고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원하던 길로 한 발짝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혹시 이 순간에도 고민하시던 분들에게 제 조약한 후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내년에 법원에서 만날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바라며 부족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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