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원 -

 

Ⅰ. 들어가며

 

제가 2018. 11. 1. 신임법관으로 임용된 이후 주변 법조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언제 법관 지원을 결심했고, 어떻게 임용절차를 준비했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다소 두서없이 대답을 하곤 했었는데, 이렇게 2018년 일반 법조경력자 법관임용절차에 관한 후기를 작성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매우 영광스럽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의 준비 과정이 너무나도 미흡했음을 잘 알기에 부끄러운 마음도 있으나, 이 글을 읽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저의 경험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Ⅱ. 법관 지원 경위

 

사실 저는 중학생 시절부터 범죄를 당한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검사가 되기를 희망했었고, 실제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2013. 2.부터 검사로 근무하면서 업무가 적성에 잘 맞아 나름의 보람을 느끼며 검사 생활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형사사건만을 처리하다보니 법조인으로서 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는 점과 검사의 업무가 ‘처벌’에 조금 더 치우쳐 있다는 점이 아쉽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특히 공판검사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에는, 어느 일방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양형 판단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하는 재판부의 모습을 보면서 법관이라는 직업에 큰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워낙 검사로서의 업무가 과중했기에 막상 법관 지원 준비에 대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던 중 우연히 2018년 법관임용절차부터 민·형사 분야 중 한 가지 분야의 법률서면 작성 평가에만 응시할 수 있도록 평가 방법이 일부 개편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평소 민사 분야를 다루지 못했던 저에게도 기회가 생긴 것 같아 용기를 내어 법관 지원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Ⅲ. 지원서 접수 (2018. 5. 14.~18.)

 

1. ‘자기소개서 PartⅡ’의 중요성

법관임용절차는 지원서 접수 단계부터 쉽지 않았고 준비해야할 서류가 매우 많았는데, 저는 「2018년도 일반 법조경력자 법관 임용 계획(상세)」에서, “자기소개서 PartⅡ는 본인 수행 주요 사건 또는 업무 목록 및 법률서면, 사건수임내역서와 함께 서류전형평가위원회의 주요 심사 대상이 되므로 지원자의 법조경력의 특징이나 강점 등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기재하여 주십시오”라는 내용의 작성요령을 읽고, ‘자기소개서 PartⅡ’와 ‘본인이 수행한 주요 사건 목록’ 작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위 2가지 서류 작성에 보다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였습니다. ‘자기소개서 PartⅡ’의 경우 총 20페이지로 분량 제한이 있었는데, 20페이지를 모두 채워서 제출했던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그 이후 진행되었던 법조경력 면접 과정에서 ‘자기소개서 PartⅡ’에 작성하였던 내용들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았는바, 지원자분들께서는 이러한 점을 잘 숙지하셔서 ‘자기소개서 PartⅡ’ 내용을 작성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2. 사전 준비의 필요성

저는 2018년 법관임용절차에 관한 공고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지원서 접수 기간 직전에 법률서면 작성 평가 방법이 바뀐 사실을 알게 되어 법관 지원을 결정했기 때문에 접수 기간 내내 정신없이 지원서 등 제출서류를 준비할 수밖에 없었고, 접수 기간 마지막 날에 겨우 맞춰 지원서를 접수하였습니다.

지원서 등 제출서류는 법관임용절차의 1단계 관문인 서류심사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꼼꼼하게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바, 저는 기한이 촉박하여 불안한 마음으로 힘들게 서류 준비를 했던 경험이 있었으므로, 법관 지원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대한민국법원 법관임용 홈페이지’ 임용공고 게시판에 게시되어 있는 지원서 양식을 참고하셔서 필요한 내용들을 미리 준비하시기를 적극 권해드립니다(※ 2019년 법관임용절차에서는 법률서면 작성 평가를 지원서 접수 이전에 실시하고, 법률서면 작성 평가를 통과한 사람만이 법관임용절차에 지원할 수 있게 변경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Ⅳ. 법률서면 작성 평가 (2018. 6. 23.)

 

1. 기본 내용

법률서면 작성 평가는, 쟁점파악·사실인정·논증·법률문장 작성 능력 등 지원자의 기본적인 법률소양과 법적 사고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지원자들이 총 5시간 동안 배부된 소송기록을 검토하여 쟁점별로 결론과 논거 중심으로 검토보고서를 작성한 후 해당 문서를 USB 메모리에 저장하고, 검토보고서 출력물과 USB 메모리를 함께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지원자들은 각 좌석 컴퓨터에 설치된 법고을LX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대법원 판례를 검색할 수 있고, 수험용 소법전 및 지원자 각자가 지참한 서적 등을 참조하여 검토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2. 준비 및 실제 평가 과정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18년 법관임용절차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지원자의 희망에 따라 민·형사 분야 중 한 가지 분야의 법률서면 작성 평가에만 응시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개편된 평가 방법은 현재 소속 직역에서 업무에 충실한 지원자가 별도로 시험을 준비한 지원자보다 불리해지는 결과를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에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만 보더라도, 당시 저는 형사부 검사로 근무하면서 매일 야근을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따로 공부할 시간을 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였고, 지원서 접수 이후 서류심사 통과 사실을 통보받기 전까지 법률서면 작성 평가에 대하여 별도의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8. 6. 18.경 서류심사 통과 사실을 통보받아 그때부터 최신 판례라도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최신 5개년 형사판례집을 사서 판례를 익힌 후 2018. 6. 23. 법률서면 작성 평가에 임하게 되었습니다. 평가 당일 제시된 형사사건 기록은 음주운전과 범인도피에 관한 사건이었고, 피고인의 유·무죄 판단과 일부 증거들의 증거능력에 대해 판단하는 문제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최신 판례 공부보다는 평소 형사사건 업무 처리를 하면서 쌓았던 경험들이 검토보고서를 작성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편, 다른 신임법관들과 대화해 보니, 법률서면 작성 평가에서의 유·무죄 판단이 서로 상이하였는바, 결국 법률서면 작성 평가의 취지에 따라, 쟁점을 파악하고 사실인정과 논증을 해나가는 과정이 주요 평가 대상이었던 것으로 생각되고, 유·무죄의 결론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저는 시간 배분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검토보고서를 작성하는 시간이 부족하였는데, 검토보고서 작성 시간을 최소한 3시간 이상으로 확보해두고 빠른 시간 내에 기록을 검토하는 것이 안전할 것 같습니다.

 

Ⅴ. 실무능력 평가 면접 (2018. 7. 13.~14.)

 

1. 민ㆍ형사 실무능력 평가 면접

 

가. 기본 내용

민ㆍ형사 실무능력 평가 면접은, 쟁점파악·문제해결 능력 등 기본적인 법률지식과 법적 사고력·표현력·의사소통 능력 등을 중심으로 실체법과 절차법 전반에 걸쳐 지원자의 실무능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지원자들이 일정 시간(첫째 날 민사 약 50분, 둘째 날 형사 약 45분) 동안, 제시된 가상의 재판 상황에 대하여 검토한 후 1명씩 면접장으로 들어가 사례 검토 결과를 약 8분간 발표하고, 그 후 이어지는 사례 관련 법적 쟁점 등에 대한 질문에 대하여 답변하는 방식(총 면접시간은 약 25~30분)으로 진행됩니다.

법률서면 작성 평가와 마찬가지로 법고을LX 및 지참 서적 등을 활용할 수 있으나, 실제 사례 검토 시간이 매우 부족하므로, 판례나 서적을 찾는 데에 너무 많은 시간을 들여서는 안 될 것으로 보입니다.

 

나. 준비 및 실제 면접 과정

2018년 법관임용절차에서 개선된 것 중 또 하나는 ‘절차의 간소화’였습니다. 지원자가 1회의 실수로 탈락하는 결과를 방지하고, 임용절차 진행 기간의 단축을 도모하고자, 법률서면 작성 평가, 실무능력 및 인성역량 평가 면접을 모두 마친 후 중간심사를 하는 것으로 절차가 바뀐 것이었는데, 이에 따라 법률서면 작성 평가와 실무능력 평가 면접 사이의 기간이 길지 않았으므로, 2018. 6. 23. 법률서면 작성 평가를 마친 후 곧바로 실무능력 평가 면접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저는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민사 분야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은 기간 동안 민사 공부에 매진을 하겠다며 원대한 계획을 세웠으나, 일과 공부를 병행하다 보니 평일에는 공부하기가 어려웠고, 시간이 부족하여 계획한 만큼 준비를 하지는 못하였습니다. 결국 제가 실무능력 평가 면접 전까지 보았던 민사 관련 자료는 민법 기본서, 요건사실론, 최신 5개년 판례, 기출문제(법관임용 홈페이지 자료실 게시), 사법연수원생 시절 보았던 ‘판결주문 연습문제’였고, 형사 관련 자료는 최신 5개년 판례, 기출문제였습니다.

2018년 민ㆍ형사 실무능력 평가 면접에서 제시된 사례들은 법관임용 홈페이지 자료실에 게시되어 있는바, 꼭 한 번 이상은 2018년 기출문제를 비롯한 기존의 기출문제들을 제한된 평가 시간 내에 풀어보는 연습을 해보시기를 바라며, 기출문제들을 보시면 어떤 유형으로 문제가 출제되는지 감을 익히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민사 실무능력 평가에 대한 준비가 너무 부족하였고, 그 결과 면접장에서 사례 검토 결과 발표 이후 이어지는 민법 기본개념 및 민사소송법 관련 질문들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여 좌절을 많이 하였는바, 향후 법관 지원을 계획하시는 분들께서는 민ㆍ형사 실체법뿐만 아니라 절차법 공부도 함께 병행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그리고 실무능력 평가 면접에서는 법률서면 작성 평가와 달리, 최신 판례가 1개 이상씩 출제되는 것으로 보이므로, 최신 판례 공부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2. 법조경력 면접

 

가. 기본 내용

법조경력 면접은, 법조경력 전반의 충실성에 대한 실질적이고 종합적인 평가를 하는 것으로, 약 15분 동안 지원자의 자기소개서 PartⅡ 등을 토대로 질의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나. 준비 및 실제 면접 과정

저는 면접 전날 자기소개서 PartⅡ 내용을 정독했고, 실제 그 내용에 관하여 구체적인 질문들을 받았습니다(※ 2018년도 법관임용절차에서는 형사 실무능력 평가 면접 당일 법조경력 면접이 이뤄졌었으나, 2019년도에는 법조경력 면접이, 후술하는 인성역량 평가 면접과 함께 이뤄진다고 합니다).

 

Ⅵ. 인성역량 평가 면접 (2018. 7. 15.)

 

1. 기본 내용

인성역량 평가 면접은, 지원자가 제출한 과거의 경험 및 가상의 문제 상황에 대한 다양한 질의응답을 통해 성실성과 치밀성, 결단성과 스트레스 내성, 배려성과 개방적 사고, 공정성과 윤리의식 등 법관으로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성적 역량과 법조윤리 의식을 갖추었는지 평가하는 것으로, 법관 및 변호사, 심리학 교수가 면접위원으로 참여하여 40분 동안 면접을 실시합니다.

 

2. 준비 및 실제 면접 과정

2018년 법관임용절차 과정에서, 서류심사 통과 사실을 통보받은 직후 법률사무 종사 경험에 관한 추가 서류를 작성·제출한 바가 있었는데, 위 추가 서류 및 법관윤리와 관련된 법령(법관 및 법원공무원 행동강령, 법관윤리강령 등)을 정독하는 방법으로 인성역량 평가 면접을 준비하였습니다.

면접 당일 가상의 문제 상황 1개를 제시받고 약 5분간 검토한 후 면접장으로 이동하여 면접을 보았는데, 주어진 가상의 문제 상황은 법관윤리에 관련된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면접장에는 처음 제시받은 상황과 연계된 또 다른 상황이 적혀있는 문제지가 놓여 있었고, 그 자리에서 해당 문제를 읽고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방식으로 면접이 진행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이전 직역에서 법률사무를 수행하면서 겪었던 상사와의 갈등 유무 및 그 대처 방안, 평소 스트레스 해소 방법 등에 관한 질문들을 받았었습니다.

 

Ⅶ. 최종면접 (2018. 9. 6.)

 

최종면접은 기존에 제출했던 자기소개서를 다시 한 번 정독하고,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등 최신 중요 판례를 확인하는 정도로 준비하였는데, 실제 면접장에서는 법관 지원 동기 및 공판검사로서 재판부에 아쉬웠던 점 등에 관한 질문을 받았고, 특별히 까다로운 질문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최종면접에서는 예의를 갖춰 성실하게 답변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Ⅷ. 마치며

 

법관임용절차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고민하고 있으시거나 지원을 결심하신 분들께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에 이런 저런 경험들을 적다보니 내용이 다소 장황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일반 법조경력자로서 현재 소속되어 있는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법관에 지원하기로 결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지원을 하더라도 그 이후 최종 결과 통보 시까지 계속 불안한 마음으로 지낼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일 것입니다. 저 역시 약 5개월간의 임용절차를 거치면서 임용이 확정되기 전까지 불안과 걱정에 자주 휩싸이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풍부한 경험과 충실한 경력을 쌓으신 법조경력자 분들이시라면 법관임용절차를 충분히 통과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저의 후기를 통해 오히려 더 용기를 얻으시길 바라며, 법관임용절차에 자신감 있게 도전해보실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법관임용절차에 지원하시는 모든 분들을 응원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